2016년 6월 26일 일요일

[세월호 진실] 침몰 원인 자료 은폐와 누락, 음모설 가중 시키는 정부의 태도

침몰 원인 자료를 왜 누락·은폐했나?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유가족들이 여전히 ‘진실 규명’을 외치는 것은 사고 이후 정부가 보여준 이해할 수 없는 대처 방식에 그 원인이 있다. 정부가 발표한 자료는 서로 어긋나거나 주요 부분이 삭제되거나 누락된 것투성이다.

세월호의 침몰 원인을 규명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자료인 항적도만 해도 정부는 자료 공개 과정에서 혼란을 가중시켰다. 

해양수산부는 참사 당일인 4월16일부터 총 4번에 걸쳐 선박자동식별장치(AIS)의 위성항법장치(GPS) 기록으로 항적을 복원해 공개했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세월호 항적도는 앞뒤가 맞지 않았다. 각각의 자료에는 세월호의 항적 구간이 서로 다르게 표시돼 있다.

여기에 더해 해수부는 참사 직전 AIS의 데이터가 일부 없어졌다고 밝혔다. 사라진 이유가 석연치 않은데다, 사라졌다는 데이터의 시간에 대한 설명도 계속 바뀌었다. 처음에는 3분36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36초, 다시 29초, 마지막으로 35초라고 바꿔 설명했다. 데이터가 없어진 구간도 하필이면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결정적인 ‘급변침 직전의 구간’이다. 정부가 사고 원인을 은폐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하기에 충분한 정황이다.

정부가 발표한 항적도 자체가 틀렸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가 발표한 세월호의 항적도에 의하면 세월호는 침몰하기 직전 인근 섬인 병풍도를 바라보며 표류한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사고 당일 세월호 인근에 있던 배인 둘라에이스호에서 촬영해 미국 방송 이 보도한 영상을 보면, 세월호는 병풍도를 등지고 있다. 정부 발표와 배치되는 영상 기록이다. 김지영 감독은 이러한 근거들을 모아 정부의 항적 자료가 거짓이라는 내용이 담긴 다큐멘터리 <인텐션>을 제작하고 있다.

2014년 4월16일 오전 9시10분께 둘라에이스호에서 촬영해 이 보도한 세월호의 모습. 정부는 세월호가 표류하는 동안 병풍도(작은 사진 왼쪽에 보이는 섬)를 바라보고 있었다고 발표했지만, 이 영상 속에서 세월호는 병풍도를 등지고 있다. 김지영 제공


세월호 침몰 직후 구조대가 촬영한 현장 동영상 가운데 일부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삭제된 일도 있었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대책위)는 지난해 6월 법원에 증거보전을 신청해 세월호 침몰 당시 촬영된 영상자료를 복사·열람했다. 이 과정에서 대책위는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고 당시 현장 구조 활동을 벌인 제주항공단 소속 513호 헬기에서 캠코더로 녹화된 동영상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열람을 요청하자 ‘용량이 너무 커서 원본을 삭제했다’고 해경이 설명한 것이다. 그 영상은 세월호 침몰 과정과 해경의 구조 활동 상황을 알 수 있는 원본이었다.

그 밖에도 정부는 세월호 침몰 직후 투입된 잠수사 수와 지원 설비 규모를 과장하고, 우왕좌왕했던 사고 수습 과정을 은폐하는 등 잘못 감추기에만 급급해왔다. 최근에는 진실 규명을 위해 구성된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마저 통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최근 특위 활동을 무력화할 수 있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발표한 것과 지난 3월23일 세월호 특위의 내부 자료가 청와대와 경찰, 여당 등에 부당하게 유출된 사실 등은 정부의 이런 태도를 뒷받침한다. 무엇인가를 감추려 한다는 의심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한겨레, '정부는 세월호 진실을 감추려한다. 2015.4.16보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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